대만(중화민국)의 국기, 청천백일만지홍기에 대하여

 

1. 개요

중화민국의 국기는 원래 중국 국민당의 당기인 청천백일기에서 유래되었습니다.

'청천백일만지홍'이라는 표현만으로도 중화민국의 국기를 나타내는 것이 가능하며, 편의상 '청천백일기'라는 용어도 종종 사용됩니다.

그러나 정확히 말하자면, '청천백일기'라는 표현은 중화민국 국기의 좌측 상단, 즉 캔턴 부분에 해당하는 파란색 배경 위에 그려진 흰색 태양을 나타내는 깃발을 의미합니다.

청천백일기는 중국 국민당의 당기일 뿐만 아니라, 대만 해군의 함수기(즉, 함정의 깃발)로도 사용되고 있습니다.

2. 역사

1) 청천백일기

1992년 이후에는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으로 인식하는 현대 한국인들이 청천백일만지홍기를 '대만의 깃발'이라고 인식하고, 오성홍기를 '중국의 깃발'로 생각하게 되었지만, 사실 중국의 입장에서는 청천백일만지홍기가 역사적으로 정통성이 있는 깃발입니다. 중국의 근현대사에 있어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들은 1949년에 제작된 오성홍기가 아닌 청천백일만지홍기 아래에서 발생했습니다.

 

1893년에는 반청 혁명가 육호동이 청천백일기의 디자인을 처음으로 제작하였습니다. 하얀색 태양은 조금은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태양은 원래 하얀색입니다.

각 문화권마다 태양의 색상은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등으로 다양하지만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태양을 '하얀색'으로 봤습니다.

청천백일기는 신해혁명 이후, 전국에서 반란을 일으킨 세력 중에서 쑨원의 세력을 대표하게 된 최초의 사용 예가 있습니다. 그리고 1919년에 중국 국민당이 설립되면서 당기로 선정되었습니다.

청천백일기

2) 청천백일만지홍기

1906년에는 쑨원이 청천백일기에 붉은색을 추가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안한 뒤, 이에 따라 4개의 국기 초안이 만들어졌는데, 그 중 하나가 현재의 청천백일만지홍기입니다.

그러나 중화민국이 설립될 때에는 오색기가 국기로 선정되었고, 청천백일만지홍기는 1912년에 중화민국 해군의 깃발로 지정되었습니다.

1928년에 장제스가 난징에서 국민정부를 설립하면서 청천백일만지홍기가 중화민국의 국기로 공식 지정되었으며, 이후에는 중화민국을 대표하는 깃발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장제스는 북벌을 성공시킨 후, 국민당의 역사적 정통성을 고려하여 청천백일만지홍기를 국기로 선정하였습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대만의 국기', 청천백일만지홍기

3. 의미

각기 뜻은 아래와 같습니다.

청천(靑天): 푸른 하늘. 좌상단의 푸른 영역

백일(白日): 흰 태양. 푸른 영역 가운데 태양 무늬

만지홍(滿地紅): 꽉 차게 붉은 땅. 배경 붉은색.

https://www.youtube.com/watch?v=vJX90tBgW9g (중화민국 국기가)

 

청천백일만지홍기는 좌측 상단에 청천백일기를 배치하고, 나머지 부분을 붉은색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디자인되어 있습니다.

이 깃발의 색상 구성은 파란색, 빨간색, 그리고 흰색으로, 이들은 쑨원의 삼민주의 사상인 민족, 민생, 민권을 상징합니다.

파란색은 민족과 자유의 상징이며, 빨간색은 혁명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의 피와 애국심, 그리고 삼민주의의 민생을 대표합니다.

흰색은 민권과 평등의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더불어, 흰색 태양의 12개 빛줄은 자강불식(自强不息)의 사상, 즉 24시간 내내 멈추지 않고 강해지는 의지를 상징하고 있습니다.

4. 사용

1) 중국

중국 본토에서 청천백일만지홍기를 휘날리는 행위는 국가분열을 촉구하는 것으로 간주되어 매우 민감하게 대응되며, 이로 인해 경찰에 연행되거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본토 중국인들과 접촉할 경우 청천백일만지홍기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난징 중화민국 총통부 유적 앞에서 청천백일만지홍기를 든 대만 대학생들.

하지만 이 깃발은 대만이 아닌 중화민국을 상징하는 것으로, 신해혁명 당시 쑨원의 흥중회에서 유래된 청천백일기를 인용한 것입니다.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일국양제 정책이 실행되고 있어, 중화인민공화국을 부인하고 중화민국이 진정한 중국이라는 주장이 불법으로 간주되지 않습니다.

이는 원론적으로 홍콩 기본법에 반하지만, 구체적인 처벌 규정이 없어 일반화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2) 한국

현재 대한민국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중화인민공화국을 중국으로 인식하고 있으므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청천백일만지홍기를 펄럭이는 장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청천백일만지홍기.

그러나 민간에서는 정부의 정책과 관계없이 대만의 국기를 이용하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주한 대만 대표부도 대만의 정부 요인과 회동할 때는 청천백일만지홍기를 걸어줍니다.

공식적인 자리를 제외하고는 전국 각지에 위치한 화교 학교나 화교 협회에서는 장제스의 초상화와 함께 청천백일만지홍기를 게양하고 있습니다.

삼민주의청년회 건물의 국민당 휘장(청천백일 문장)

2020년 10월 10일 쌍십절에 인천 북성동 차이나타운에서 청천백일만지홍기를 게양하는 모습이 보여 많은 사람들이 놀랐습니다.

특히, 대만의 존재를 모르는 젊은 세대에게는 큰 충격이었습니다. COVID-19로 인한 대중 감정이 높아지고, 대만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 늘어나며, 인천 차이나타운 주민들은 현재의 중화인민공화국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보입니다.

3) 국제 사회

대만과 수교한 14개 국가에서는 청천백일만지홍기를 공식적으로 사용해도 문제가 없습니다.

소말릴란드는 아직 공식 승인은 하지 않았지만 보호는 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만이 참여하는 국제 기구에서는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청천백일만지홍기 대신에 자체적으로 깃발을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에서 대만이 청천백일만지홍기를 게양하려 했을 때, '아시아 올림픽 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습니다.

올림픽 등에서는 '중화민국'이라는 명칭이나 청천백일만지홍기를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 대신 '중화 타이베이'(Chinese Taipei)라는 대체 국명을 사용하고, 국기도 수정하여 사용합니다.

중화민국 올림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