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7월 29일 토요일

도어스테핑, 윤석열 대통령의 이미지 메이킹

 

민감한 정치 화두를 다뤄볼께요. 뜨거운 감자에 손을 대다가 데일 수 있겠지만 ㅎㅎ

용기를 내서 써 봅니다.

도어스테핑. Door Stepping. 

남의 집 문 앞에서 대기한다는 뜻이죠.

여기서 집의 주인은 대통령실의 대통령, 대기하는 자들은 기자들이겠네요.

원래는 유명인사가 문을 드나들 때 기자들이 기다렸다가 일정에 없는 인터뷰를 따는 것을 의미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은 "출근길 문답" 형식의 약식 인터뷰입니다.

우리나라 대통령으로서는 최초의 형식이죠.

역대 대통령들은 경무대, 중앙청, 청와대를 집무실로 삼으면서 관저가 바로 곁에 있어서

출퇴근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을 뿐더러,

권위주의 정치문화의 오랜 영향으로 대통령에게 불시에 마이크를 들이대기도 어려웠었습니다.



사실 도어스테핑은 약간 적절하지 않은 용어입니다.

문 앞까지 들이닥쳐 과열 취재경쟁을 벌인다는 뜻으로, 언론이 취재원의 동의와 프라이버시 보호 없이

일명 "뻗치기"를 하면서 진을 치고 마이크를 들이미는 형태에 더 가깝습니다.

(이런 걸 과격하고 또 매우 자주 하는 분들이야말로 "기레기" 아닐까요?) 

 

권위주의의 색채도 많이 옅어지고,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이전하면서

대통령이 "출퇴근"을 하는 형태를 보이게 되니 이 도어스테핑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처음 만들어졌습니다.

한남동 대통령 관저(구 외교부장관 관저) 공사가 완료되기 전까지 대통령 취임 전 자택이었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구 삼풍백화점 터;;)에서 출퇴근하고 이후엔 한남동으로 바뀌었지만,

어쨌든 우리 대통령은 출퇴근 근무를 하게 되었습니다.


도어스테핑은 취임 다음날인 22.05.11에 시작되어 22.11.21까지 약 반 년 가량 지속되었고,

이후엔 중단되었습니다.

모든 정치이슈가 그렇듯 시작된 줄은 알지만 중단된 줄은 거의 대부분 모르셨을 거에요.

 

일국의 행정부 수반이 일일 일정으로 기자들과 접촉해 약식 기자회견을 하는 사례는 흔하지 않습니다.

미국 역시 백악관 관저에 대통령이 거주하므로 출퇴근 개념이 없고, 대변인실 주관으로 정례브리핑 및

질의응답을 수시로 할 뿐 대통령이 직접 약식 기자회견을 하는 것도 드물고요,

 

일본의 경우에는 현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예외적으로 총리관저에서 관저회견(부가사가리)를 취임 6개월 간

100회나 진행하였습니다. 이 또한 일본 정가에서는 매우 예외적인 관행이라 합니다.

(한국 이상의 권위주의 문화, 아니 반봉건 문화에 더 가까운 권위주의 전통이 살아 있죠~ ㅎㅎ)

이 또한 출퇴근이 아니니 도어스테핑은 아닙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도어스테핑은 무기한 중단 상태입니다.

 

가장 먼저, 정제되지 않은 발언들로 인한 논란의 확대 재생산과 보안 문제가 있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고, 이러다 보니 정치인으로써의 정제된 언어 사용에 뒤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인의 언어는 정치경력에 비례하여 다듬어지는 측면이 있죠.

주요 현안이나 민감한 이슈에 대한 죠율되지 않은 대통령의 발언은 대변인실도, 수석 및 비서관도 모르는 버전으로

튀어나와 뒷수습을 하는 모습이 아주 빈번하게 연출되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를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그러면 정치글이 되어 버리는 관계로...)

 

몇 번의 논란을 거듭한 끝에 윤석열 대통령 본인도 논란에 예민해지고,

그러다 보니 질문을 제한하기 시작했습니다. 말하자면 "선택적 답변"을 하기 시작했어요.

또한 기자의 민감한 이슈에 대한 질문에 "언론이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와 같은,

보기에 따라서는 다소 신경질적이기도, 또한 권위주의적이기도 한 반문 답변을 한 적도 있지요.

권위주의 타파를 위한 도어스테핑이 권위주의라는 비판을 받는 모순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대통령 본인이 홍보하고 싶은 이슈에 대한 답변은 길고 성의있게,

민감하고 약점이 되는 이슈는 회피하는 모습은

도어스테핑 자체를 이미지 메이킹의 도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습니다.

좋은 의도에 좋지 않은 결과라면, 좋지 않은 결과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미지 메이킹의 의도가 아예 없었겠습니까... 이걸 활용하지 않으면 정치인이 아니죠)

 

도어스테핑의 시도와 발상은 창의적이고, 국민과의 접촉면을 넓히고 권위주의 색채를 옅게 한다는 대통령 본인의 결단을

저는 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3월 대선 승리에서부터 5월 취임까지 2개월이라는 너무 짧은 기간에 완벽한 기획을 할 수 없었으니만큼

좀더 정제되고 세련된, 원래 계획한 도어스테핑의 취지를 잘 살린 대 언론, 대 국민 접촉 형태가 만들어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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